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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와 있는데 봄날이 오지 않는다



담장에 웅크리고 있던 개나리가 만개하고 진달래 꽃망울이 봄을 마중하고 있다. 봄은 왔는데 내 마음엔 봄이 저 만치 멀어지고 국민들 가슴에도 봄은 열리지 않고 있다. 희망이요 꿈인 봄은 열리지 않고 있다. 희망이요 꿈인 봄을 누가 삼켜버렸는가? 우리 민족에게 봄은 닫힌 세상이 열리고 굳어진 생각이 풀리고 얼어붙은 땅이 따뜻해져 아픈 마음이 치료되는 희망이 함축되어 있다. 외세 침략에 동족상쟁, 가난과 처절한 배고픔, 멸시와 형극의 세월을 견디어 온 역사로 하여금 봄은 그냥 봄이 아니라 희망, 자유, 새로운 생명, 그리고 인생의 최대가치 기준인 행복의 상징이 되어 있다.

코로나19 치유가 겨우 1할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9할은 초기대응 실패, 중국눈치 보기, 총선에 목매달기, 전문가조언 무시, 천문학적 경제손실, 마스크 대란, 정치실종, 철부지 입놀림에... 대통령의 국가경영철학미비와 참모진의 무능을 들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를 떠올릴 수밖에 없음이 우리가 처한 시대의 고통이다.

우한에서 처음 전염병을 알린 리원량이 죽으며 남긴 말이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다시는 가족들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억울하게 죽고 격리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애절함에 분노를 삭일 수가 없다.

대구 경북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판 처절함은 이미 역사가 되어버렸다. 겨우 지탱하던 경제가 무너지는 소리 요란하고 자영업자 많은 우리의 시장경제가 황량한 벌판 같기도 하다. 문화예술마당도 비명소리에 허덕이고 지식과 지성의 산실인 대학은 적막한 철장이 되었다. 맞벌이 부부는 어린 자식 걱정에 가슴이 미어지며 마스크 사러 이리저리 헛걸음치다가 원망에 한숨으로 지쳐 있다. 역사실록에서 보듯 어둠의 권력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축제 분위기를 해치지 말라는 한마디가 우리의 봄까지 앗아갔다. 중국에서 엄청나게 날아오는 오염물질에 침묵으로 일관해 오고 있고 사드 설치할 때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안절부절 못했고, 시진핑이 미국 대통령 앞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해도 못 들은 척 했다. 의사협의회와 방역전문가들이 중국으로부터 인적유입을 막아달라고 누차에 권고했지만 왠지 대답이 없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다가올 총선 때문인가.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에 비위 맞추긴가. 커져가는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실패한 정권으로 낙인찍히는 게 두려워 경제 고삐를 쥐고 있는 중국에 굴종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실종되어 대다수 국민들이 코로나19확산을 막기 위해 서로 협조하고 배려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또 다른 지역에 슈퍼 전자파가 생기면 감당 못할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력을 총동원할 정도의 전염병 봉쇄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고난과 시련을 수없이 잘 이겨냈고 어려울 때 일수록 이웃을 도왔으며 마무리한 뒤에는 한 단계 높은 덕심을 보였다. 바라건대 국민의 품앗이 정신의 높은 가치가 발휘되도록 정치권의 방해나 하지마라. 봄은 왔으나 봄날이 없다. 국민가슴을 꽁꽁 얼어 버리게 만든 자들아 인간답게 살고, 정신 좀 차려라.

 

정용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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