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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구 역발상칼럼 제1185회

농약사용설명서 등 어른이 주로 쓰는 물품은 큰 글씨로
제조업 특히 각종 약품을 생산하는 곳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사용설명서를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작성하는 특성이 있다. 물론 작은 면적에 많은 내용을 넣어야 하는 문제는 있지만 나이 많은 노인들에게는 장식물에 불과할 뿐이다.

필자는 젊었을 때 서예학원에 잠깐 다닌 일이 있다. 선생님께서 늘 크게, 굵게를 강조하시면서 자주 교정 해주셨다. 글씨가 가늘면 지적하고 작아지면 더 크게를 노래 부르듯 하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회사를 경영하는 필자는 지금 거꾸로 직원들에게 크게 더 크게를 강조하고 다닌다. 글씨 포인트 크게 글꼴은 교과서체나 고딕으로 내용은 짧고 간단하게를 강조하지만 젊은이들은 깨알같이 쓰고 긴 문장으로 써서 늘 지적을 받는다.

젊은이들의 시력은 각자 다르지만 2.0에서 1.2가 보통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상사들의 시력은 1이하~0.6이 보통이다. 필자의 시력도 젊었을 때 2.0이던 것이 점점 약해져서 현재 0.8이하로 떨어졌다.

시력이 떨어진 노인들에게 깨알 같은 글씨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약국에서 약을 사면 설명서가 붙어있지만 글씨가 작아 읽을 수가 없으니 약사의 한마디 설명에만 의존해야 한다. 농사 짓는데 농약은 필수품이다. 농약의 설명서도 깨알 같아 사용법을 알 수 없으니 농약방 주인의 말 한마디를 따를 뿐 사용설명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다보니 농약의 농도가 자꾸만 높아져 사용자가 중독에 걸릴 수 있고 독한 약재 때문에 작물과 곤충들이 죽을 수가 있다. 점점 독해지는 농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적정량을 살포하면 효과가 없게 된다.

처음부터 약의 독성과 부작용 등을 잘 알고 적정량을 살포하려면 사용자가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깨알글씨를 읽을 수 없으니 적당히 알아서 배합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각종 설명서는 사용자의 연령층에 맞게 글씨 포인트를 조절해야 한다. 지면이 커지고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면 핵심 사항만이라도 큰 글씨로 표기해주면 과다한 사용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병해충이나 잡초의 내성도 생기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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