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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구 칼럼 "마음은 행복하고 인생은 아름답게 사는 것"

 

존경은 받았지만 사랑은 못 받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다르게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세속적인 문필가에, 교수로, 장관으로 활동했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 겸손이 아니다. 나는 실패했다. 그런 생각을 항상 절실하게 하고 있다. 내게는 진정 어린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내 삶은 실패했다. 혼자서 내 그림자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더러는 동행자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경쟁자였다.”

생전에 이어령 교수가 '마지막 수업'에서 남긴 말이다.

문학평론가, 언론인, 국문학자로 노태우 정부에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였으며, 1960년부터 26세의 나이로 서울신문 논설위원 발탁으로 시작,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에서 논설위원으로 재직한 그는 문학사상(文學思想) 주간으로 이 시대의 최고의 지성에 오천년 역사상 가장 돋보이는 창조적 인물로 칭송받고 있지만 선천적으로 자유 분망한 활동과 모습으로 일부에서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2022년 암 투병으로 별세하기까지 서재에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7대의 컴퓨터가 있을 정도로 고령의 나이에 비해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 등 다방면으로 뛰어난 분이었다.

정기적으로 만나 밥 먹고 술 마시고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야 그 삶이 풍성해진다고 했다. 나이 차이, 성별, 직업에 관계 없이 함께 만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외롭지 않을 것이다.

조용히 얘기를 듣고 얘기를 나누고 미소 짓는 그런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성공한 인생이다. 난 그런 진실한 친구가 없어 늙어가니 더욱더 후회(後悔)스럽기만 하다. 정말 바보스러운 삶이었다고 되뇌면서 성공한 인생이었지만 승리하는 삶은 되지 못했다고 자책을 하고서 영원히 떠났다. 과학 문명의 선구적 존재로 돈 무덤에 파묻혀 살던 스티브 잡스가 임종하기 전에 친구 없이 살아온 것을 탄식하였고 세기의 대문호 헤밍웨이도 죽음 앞에서 친구도 이웃도 없이 잘못 살아온 인생을 뼈아프게 후회하면서 눈을 감았다. 전쟁광인 정복자 나폴레옹 역시 부귀공명(富貴功名)에 빠져 친구도 없이 권좌에서 군림하다가 때늦은 깨달음을 남기고 친구 한 사람 없는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되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외면하고 잘난체하는 무리들이 떼 지어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 공생의 철학도 능력도 없이 오직 거느리고 군림하며 독식하는 욕망의 늪에 빠져 거들먹거리는 그 행색(行色)이 사람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겐 보석보다 더 소중한 친구가 없다. 그런 삶이란, 죽어서도 이름은 악인(惡人)으로 기억되고 천명을 거역한 역천자(逆天者)로 남는다. 망상(妄想)의 독선자는 인간 본연의 도리를 외면하는 짓은 물론 세상을 자기 호주머니 속에 있는 여의주(如意珠)처럼 주무르려고 나대고 있다.

창조의 원리와 자연의 순리 법칙을 아는 자라면 역행(逆行)에서 오는 불행을 두려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속()된 자들은 우선 눈앞에 이익을 삼켜보려는 독식에만 눈을 붉히고 나눔이 없으니 필연(必然)의 동반자인 친구는 없고 목적을 위한 동지(同志)만 있을 뿐이다. 좋은 만남(因緣)이란? 상대를 내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가 상대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이 창조되는 것이다.

혜인시대(慧人時代) 여러분! 수다를 떨면서 터놓고 서로 간에 외로움을 달래줄 그런 벗이 있는지요? 남녀노소 구분 없이 같이 밥 먹고 술과 차도 마시고 즐거운 놀이와 운동도 함께 하는 코드 맞는 사람들과 성공적인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마음은 행복하고 인생은 아름답게 사는 것" 그것이 추락하지 않는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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