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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품격, 사랑이 함축된 생활의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 (정용구 논설위원)


우리 사회가 일부 지도층의 막된 글과 말로 민족 정서에 상처를 내고 전통적인 인간 본래의 정신 문화마저 부정하는 말로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언어, 즉 말과 글은 우리의 의사를 소통하는 고마운 문화유산이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게 하고 또 남들의 생각을 이해하도록 한다. 그래서 언어는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 중에 하나로 간주 된다. 그런데 우리는 말로 인해 적잖은 피해를 경험하곤 한다. 말실수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또 남의 말을 잘못 전달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자주 본다. 이로인해 불신이 조장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관계의 단절도 일어난다. 때문에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고 잘 듣고 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가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전 그런 이야기 한 적이 없어요등의 표현을 주위에서 종종 듣게 되는데 이야기를 했다또는 안 했다고 하면서 서로가 반박하는 대화의 내용이다. 처음 한 이야기의 내용이 변질 또는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된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물론 때로는 목적에 의한 나쁜 의도로 말을 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하기도 하여 혼란과 불신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우리의 기억력과 이해력은 생각보다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개인차도 있다. 게다가 이야기 내용이 듣는 사람에 따라 약간 혹은 상당히 달리 이해되어 진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야기의 전달 과정에서 전달자의 이해와 해석만큼 본래의 내용이 변질되기도 한다. 따라서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고 잘 듣고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야기 내용을 전달하는 재미있는 단체 게임을 보다 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전달한 이야기 내용이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아주 엉뚱한 이야기로 바뀌어 전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행위에 따라 좀 다르긴 해도 TV 브라운관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귀를 잘 들리지 않게 하고서 처음 사람이 가령 오늘 당신을 만나 무척 행복합니다.”라고 했으나 맨 나중 사람이 당신을 또 만나면 도망칠 것이다.”라고 했을 때 배꼽 터지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엉뚱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이해 및 해석의 정도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필자는 말실수에 따른 말조심과 관련하여 말을 아예 하지 말자라는 소극적인 입장보다는 슬기롭게 말을 하자라는 입장이다.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포기할 정도로 말을 억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화기술을 향상시켜 생각이나 발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자세를 주장한다. 그것이 언어가 존재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이 신중하고 질서 있게 표현되고 서로가 잘 이해된다면 말로 비롯되는 갈등이 줄어들 것이다. 특히 감정적 대인관계에 있는 사이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할 때는 사실적 정의와 품격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실수가 발견되면 잘못을 인정하고 빠른 사과로 여파를 줄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용기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태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읽기와 쓰기, 말하기, 듣기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고 또 객관적인 사고와 주관적인 사고의 구분도 배워왔지만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이 자기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에 대해 표현하는 기초적 훈련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남의 말을 인용할 때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리고 어느 책에서 인용했는지를 정확하게 하는 교육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언어문화는 무질서한 언어생활에 빠져 있다. 국적도 주체도 없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은어 사용으로 예의도 겸손도 찾아볼 수 없는 막된 표현을 거침없이 쓰고 있다. 고학력 지식층에서 심지어는 국가지도자가 국민들 앞에서 듣기도 거북한 품격 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고 있으니 국민 정서를 해치게 되고 질서와 기강이 흐트러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도 복잡해짐을 느낀다.

힘들지만 말의 정확한 표현과 이해가 요구되어진다. 말이란 정확한 표현과 이해에서 오는 사실적 진실의 표현이어야 하고 인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품격과 사랑이 함축된 생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신뢰하는 출발점에서 좋은 대인관계와 즐거움도 있고 자존감도 향상되는 열린 사회, 행복한 이웃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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