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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곡-소사선 개통 한 달,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는 오는가

20분의 배차 간격과 긴 환승 구간...5개 노선이 만나는 김포공항역은 혼란

서울을 오갈 일이 많은 본지 기자는 지난달 개통한 대곡-소사선을 자주 이용한다. 해당 노선을 이용하면 고양시에서 빠르게 서울 서쪽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포공항역은 서울 지하철 5·9호선과 김포골드라인, 공항철도 등 5개 노선이 만난다. 그 때문에 이곳은 매일 다양한 전철로 갈아타는 사람들로 진풍경이 벌어진다.  


지난 630, 윤석열 대통령은 대곡-소사선 개통식에 참석해 수도권 출퇴근 시간 30분대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노선을 통해 그간 단절되어 있던 고양시와 부천시가 연결되며, 수도권 서부지역 주민들도 단 한 번의 환승으로 서울 주요 도심까지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노선을 이용해보면 30분 만에 서울로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먼저 배차 간격이 꽤 긴 편이다. ·퇴근 시간대 배차 간격은 13분 정도이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20분 간격으로 배차된다. 시간을 제때 맞추지 못하면 전철 하나를 기다리는 데만 20분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전철은 기존 열차처럼 많은 사람들을 옮길 수는 없다. 열차 자체가 4량짜리이기 때문이다. 열차를 기다리던 몇몇 승객들은 생각보다 짧은 열차 길이에 부랴부랴 옆 탑승구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환승 거리다. 본래 전철의 엘리베이터는 부피가 큰 짐을 든 승객이나 노인분들이 이용하지만, 대곡-소사선에선 많은 사람들이 전철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에스컬레이터를 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해선의 김포공항역은 85m로 국내에서 가장 깊은 역이다. 환승을 위해서만 3~4개의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고 그중 2개는 길이만 75m로 탑승 시간에만 3분 이상이 걸린다. 이 때문에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환승에만 10분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가장 복잡한 역은 김포공항역이다. 출퇴근 시간, 이 역으로 쏟아지는 사람들의 수는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곡-소사선 개통 후 평일 출근시간대 김포공항역 이용객은 20%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김포골드라인과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겐 설상가상인 상황이 된 거다. 실제 대곡-소사선 개통 이후 9호선은 출근시간대에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기도 했다.  


김포공항역은 노선 5개가 만나다 보니 환승 구간을 찾기도 쉽지 않다. 곳곳에 안내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쏟아지는 사람들 사이 제대로 된 안내를 받긴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몸이 편한 기존의 광역 버스나 경의·중앙선을 이용하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대곡-소사선 운행으로 열차를 타고 있을 때의 물리적 시간이 줄어든 것은 맞다. 하지만 긴 배차 간격과 복잡한 환승 구간으로 수도권 출퇴근 30분대의 목표는 아직 이루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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