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회의소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업인들을 위한 단체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인들이 뭘 원할까?’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겁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자기 회사가 잘 되는 걸 원하죠. 너무 당연한 얘기예요. 두 번째는 우리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런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있어요. 어디든 기업인 단체는 많지만, 상공회의소의 역할은 조금 다릅니다.
옛날의 부가가치는 대부분 군대로부터 나왔습니다. 우리가 어떤 지역을 점령하면 노예를 삼고 물자를 획득하는 방식이었죠. 이게 과거라고 한다면 지금은 그때의 부가가치가 다 기업에서 나옵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좋은 도시는 만드는 거죠. 좋은 도시, 지역을 위한 튼튼한 경제력. 이건 기업이 잘 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이룰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반면 고양 상공인들은 현실 경영을 하고 계신 분들이죠. 지역 경제와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필요한 점들도 있을 겁니다. 고양 상공회의소는 좋은 도시를 만들고 싶은 지자체와 현실 경영을 하는 기업인 사이 협의를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경제인에게 필요한 지원, 인허가, 문제점 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상공회의소의 주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개인 기업을 이끌면서 상공회의소의 회장으로 나서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기업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적으로 접근해 남들보다 원가를 싸게 만들어 파는 현 시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인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전략적으로 미래의 성장 산업을 선점하는 능력이 있는 기업인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분류로 놓고 본다면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한 분야의 기술적인 능력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변해서 어느 분야에 사업의 기회가 있는지 찾는 능력은 지금까지 기업을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자신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고양상공회의소 회원분들께서 제게 기회를 주신 것 같습니다.
고양 상공회의소는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북부 상공회의소에서 분리된 지 오래되진 않았어요. 그렇다보니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부분이 있고 제가 좀 더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양시와의 협의가 중요하다.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제가 취임하고 국장님께 물어봤습니다. 고양시와 정기적으로 어떤 회의나 모임이 있는지 해서요. 그런데 예전부터 정해진 회의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이건 인식의 차이인데 제가 기업하기 좋은 해외의 도시들을 쭉 돌아다녀보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작년엔 베트남의 하이퐁을 갔습니다. 거기서 하이퐁시를 관장하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시장이죠. 시장이 관내 기업인들을 초청해서 대화하는 자리도 갖고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를 갖고 있더라고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고양시는 그렇지 않아요. 미국의 앨라배마주 가면 허허벌판에 현대차 공장 딱 하나 있습니다. 조지아에 가면 기아차 공장이 있어요. 덕분에 남부 지역을 가면 현대, 기아차가 많이 다닙니다. 어떻게 보면 지역장의 선택인 셈이지만 지역 경제를 위해서라도 지자체와 경영인들의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의 기업 발전을 위해선 정부·지자체와 긴밀한 소통과 협의 필요
3억 기부 마음먹은 건 고양 상공회의소의 염원인 회관을 건립하기 위해
‘고양시는 발전을 저해하는 법적 제재가 많은 곳이다’라는 의견도 있다. 고양 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업에는 법적인 영역과 경제적인 영역이 있죠. 법적인 영역은 중앙정부나 법으로 규제하는 것들입니다. 제가 봤을 때 그러한 규제들은 김포, 안양, 성남 등등 인근 도시들도 비슷하게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경영인들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의사 선택을 해야 하는 겁니다. 자본, 인력 등 통제 가능한 변수를 가지고 불가능한 변수를 맞춰가는 게 경영입니다. 사업을 통제 불가능한 변수 때문에 못한다고 하는 건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성남시도 IT 사업이 잘 되고 있죠. 서울도 규제가 없을까요? 아니겠죠. 그건 관점이 어디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고양 상공회의소의 회관 건립을 위해 연 1억씩 총 3억 원을 기부하기로 하셨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양 상공회의소의 염원은 회관 건립입니다. 한 개인이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내적 만족감을 갖듯이 회관이 건립되면 단체 구성원들의 소속감이 높아질 겁니다. 다른 상공회의소들은 대부분 회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관을 지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고양 상공회의소는 돈이 없어요. 저희도 궁극적으로 회관을 지으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회장으로 나서게 되면서 그런 마음을 먹었던 겁니다.
회관은 상공회의소의 고유한 사무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임대를 주고 안정적인 재정 수입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둘로 나눠진 경제 단체...고양시와 대등한 협의 어려워
임기 내 반드시 통합...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회장 없다면 선거를 해야
임기 내 고양상공회의소와 고양시기업경제인연합회의의 통합을 이루겠다고 하셨다. 어떻게 가능한가
이번에는 꼭 될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상공회의소는 행정기관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단체가 둘로 나누어져 있으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겁니다. 행정기관은 어떻게 보면 독과점입니다. 고양 지역에 고양시 말고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가 있나요? 없습니다. 그런 단체와 대등하게 협의를 하려면 우리도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런데 단체가 둘로 나누어져 있으니 어떻게 보면 스스로 힘을 빼는 거죠. 상공회의소의 존립 기반은 행정관서와 상호 소통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그 목적에 부합하려면 먼저 단체가 통합되어야 하죠. 다만 통합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있잖아요. 이 이해관계들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가지고 순서를 정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저는 분명 통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 6개월 동안 내부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한 20년 간 서로 다른 단체로 있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회원사 숫자도 다르고 단체가 가지고 있는 자본도 다릅니다. 그렇다보니 이게 어떻게 대등한 합병이 될 수 있겠냐고 이의 제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각을 바꿔드렸죠. 기업인들 사이 합병이라고 하면 두 회사가 합쳐지는 거죠. 그런데 합병은 돈을 주면서 하는 겁니다. 과거 동서독 합병할 때도 보면 서독이 동독에 많은 부분을 양보했기 때문에 통합할 수 있었던 겁니다. 서로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면 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저는 끊임없이 소통을 통해 양보할 건 양보해 가면서 서로의 간극을 줄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공회의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고양시는 군에서 급격하게 시로 전환된 도시입니다. 짧은 기간 안에 큰 도시로 성장하다 보니 군에서부터 있었던 특유의 문화가 있어요. 우리 형님, 동생, 선배, 후배 하는 자연인 모임 같은 모습이 있습니다. 그건 자연인 모임이죠. 기업 대표자들의 모습은 아닙니다. 도시가 커진 만큼 특례시에 맞는 문화로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 인연에 묶인 문화가 많이 형성 되어 있는데 이젠 인구 100만 메가도시에 맞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이 높고 우수한 인적 자원이 많은 고양시,
좌절 의식 딛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경제 기반 마련해야
상공회의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고양시가 갖고 있는 특징을 살펴보면 여긴 생산 도시가 아니라 소비 도시입니다. 과거 대한민국의 부가가치 상당 부분은 순수출을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갖기 위해선 내수가 튼튼해야 합니다. 미국도 70% 이상의 내수 시장을 갖고 있죠. 앞으로 우리 가정과 모든 단체들이 안정되기 위해선 스스로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당장 한 기업의 입장에선 매출을 올리고 어려운 점들을 해결하는 것에만 급급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엔 우리 모두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죠. 고양시가 어떤 산업 정책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는 여기 계신 상공업자분들이 현실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일 겁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필요한 건 현실 진단인데요. 이 진단은 기업하고 계시는 분들이 제일 잘 압니다. 그런데 지금 고양시를 둘러보면 빈 가게도 많고 또 그런 가게들이 점점 늘고 있죠. 이런 부분이 저희 상공회의소에서 해결해야 할 점들이죠. 외부에 있는 기업을 유치해올 수도 있고 스스로 성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고양 상공회의소가 자강론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밖에 있는 기업을 유치해 오기 위해선 특혜를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고양시가 가지고 있는 스카웃비는 많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지역으로 기업이 들어오길 바라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또 스카웃비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고양시에 있는 기업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분명 반발이 있을 겁니다. 때문에 저는 우리 회원사들과 함께 스스로 강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고양시민들과 경제인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고양시가 어떻게 보면 삶의 질이 굉장히 높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늘 분당과 비교합니다. 같은 1기 신도시이기 때문에 분당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좌절 의식이 있어요. 제가 상공회의소에 들어온 목적도 우리 후세 청년 기업인들에게 멘토링과 방향을 제시해 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핵심은 기업이에요. 기업이 잘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은 혁신인데 그 혁신이라는 건 자기 살을 베어내는 데스밸리를 건널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저는 첫 번째로 고양시에 계신 분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외부에서 문제점을 찾지 말고 내적으로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곳 인적자원이 우수합니다. 저는 고양시의 위축된 마음을 돌려주고 싶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대담 : 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