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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칼럼] 바르게 사는 게 해법이다

김삼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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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생의 반반을 고국과 해외에서 살았다. 장남으로서 부모님에게는 불효자였고 처자식에게는 든든한 가장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얻은 것도 많다고 자부해본다. 사람이 태어나 한 곳에서만 살았으면 무엇이 옳고 나쁜지 모른다. 그걸 알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사회 속에서 지내보고 난 후다

한국은 외국인들이 평하는 대로 다이나믹(Dynamic)한 사회다. 그러나 좁은 땅에서 5,000만의 인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단점도 많다. 하나는 멀리 앞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멀리 나와 있는 동포들의 시각이 필요하다. ‘거기 일이나 잘하라는 핀잔을 각오하고 쓰는 이유다.   

오늘 처음 토픽은 도의와 윤리다.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많이 듣고 읽으면서 자라온 명제다. 하지만 나는 그게 지금 고국 사회가 나아갈 길이라고 새삼스럽게 믿는다. 1세대 노인 한국인들은 일제 시절 초등학교에서 필수과목인 수신(修身, 일어 발음 슈신)을 배웠다. 그 이름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한 논어의 구절에서 유래한 것이 확실하다. 내용이 모두 도의와 윤리다. 한국과 일본 모두 한자와 유교 문화권 아닌가.

해방 후 우리는 그 연장선에서 처음 공민부터 시작, 도덕과 윤리와 같은 과목을 배워왔다도의와 윤리 교육과 감화에 관한 한, 한국은 더 있다. 불교 말고도 해방 후 미국 선교사들의 덕택으로 기독교 국가가 된 사실이다. 이 두 종교는 내세에 대한 준비와 함께 현실 사회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행하라고 설파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도의와 윤리 면에서 다른 나라 민족보다 앞서있거나 아니면 그 점을 더 뼈 아프게 생각하는 민족일까? 말뿐 실천은 아니다. 이게 트럼프 미 대통령도 여러 번 말한 부자 나라 대한민국이 겪는 극심한 정치와 사회 혼란의 근원이다.

경제, 경제 하지만 우리만이 경제를 더 잘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잠깐 멈추었지만 그간 잘해왔다. 못한 것은 이미 만든 물질과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가져 평화를 누리는 일인데  그건 도의와 윤리의 문제다. 해방 직후 미군정 시절과 달리 지금은 정치, 행정, 사법, 안보, 교육, 과학기술, 군사 등 어느 분야든 재원, 제도, 시설, 인원, 지식이 모자라  못하는 게 없다. 그러나 그 저변을 떠받는 도의와 윤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모두 모래 위에 쌓는 성()이다.

도의와 윤리를  굳이 설명하겠다면 정의, 양심, 정직, 겸양, 인권, 공평성, 질서, 평화와 같은 개념과 말들을 써야 한다. 지도자와 고위공직에 나서는 사람들이 이 가운데 몇 가지만 잘 지켜도 지금과 같은 시끄러운 사회적 논쟁과 대립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분수에 넘는 자리를 사양하는 양심 하나만 있어도 정치가 깨끗해질 것이다.

남북통일 문제도 그렇다. 길게 보면 통일은 한 쪽이 절대적 체제우위에 놓이게 될 때 이뤄질 것이다. 경제와 군사력은 분명 체제우위의 한 큰 요건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의 아래 자율적인 국민통합 없이 경제와 군사력이 무슨 힘을 쓰겠는가? 국민통합은 구성원들이 도의와 윤리로 서로 결속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심전심

그렇다면 도의와 윤리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도의와 윤리 교사와 대중강의를 늘리면 될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역시 사람들은 무엇이 도의와 윤리인지 몰라 그러는 게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가 가르친다. 가장 중요한 건 100년도 더 된 이반 파블로프의 개의 실험이후 교육의 대원칙이 된 상벌(賞罰, Reward and punishment)이론이다. 누가 보상이 없는 도의와 윤리를 실천 하겠나. 인간은 합리적이다. 실천하는 사람을 대접해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했다지만 한국은 대체적으로 올바르게 살면 손해 보는 사회가 된 감이다. 일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그런 풍토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역설해도 먹히지 않는다. 그에 필적하는 다른 심리적 및 정신적 보상, 달리 말하면 사회적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위로부터를 의미하는 톱다운(Top Down)방식으로는 안 된다. 그건 이미 경험해 본 것이다. 풀뿌리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 이웃, 교회, 그 외 일상의 작은 모임과 교류에서 올바름을 의미하는 도의와 윤리가 1차 관심과 대화거리가 되어야 한다. 전염병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기듯  올바른 행동도 전파될 수 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말이다.

    

김삼오 박사 프로필

호주동포(한국 국적 재취득)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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