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이은구의 역발상칼럼 제1366회 “김칫국은 승리 후에”

정부와 재계 등 민관이 총출동한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이 무위로 끝났다. 11929라는 큰 차이로 탈락했다. 언론은 지구 495바퀴까지 돌며 182개국 정상과 고위 관리를 만나면서 희망적이란 보도를 연일 내보냈다.

엑스포는 경제 올림픽이다. 인기몰이 행사였다면 당연히 우리나라가 1등을 했을 것이다. 세계1등 산유국이 제공하는 공짜부스에 안정적 원유공급을 내세운 퍼주기 공세를 막을 묘책이 없었다. 세계 180개국 중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가 170여국이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원이었을 것이다. 못사는 나라는 즐기는 것보다 안정적인 생활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최단시간 내에 경제발전상, K, K방산을 홍보하는 동안 상대국은 맞춤형 표확보 전략을 폈다. 이런 경쟁국 유치활동을 취재 못한 언론의 책임도 크다. 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끝났지만 선거철이 돌아오고 있다. 벌써 망둥이들이 뛰기 시작했다. 국회가 나라를 위한 곳이 아닌 개인의 명예와 치부를 위한 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큰 고기들은 평소에 주변을 잘 다져왔기 때문에 느긋하지만, 망둥이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몸과 입으로 뛰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바쁜철이다.

만나는 유권자들은 늘 표정관리를 잘한다. 한표 달라고 호소하면 거절 대신 미소로 대하기 때문에 승리를 자신하게 된다. 부산엑스포 역시 유권자들의 미소 작전에 승리를 자신하고 대국민 홍보에만 열중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다. 유권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조용히 활동해야 한다.

옛날에는 주는 만큼 표가 나왔다. 초기에는 1장짜리 달력을 돌려도 표가 될 때가 있었다. 유권자의 요구가 점점 강해지면서 고무신이 표가 됐다. 백사장에 100만 인파를 동원해서 열변을 토해도 한밤중에 던져주는 고무신 한 켤레의 위력을 넘지 못했다. 그 후엔 관광버스로 전국 유람이 있었고, 끼리끼리 밥 사주는 선거도 있었다. 막걸리 한잔에 표가 갈리기도 했지만 더 강력한 표심은 현금이었다.

한밤중에 돈봉투가 살포되면 다음날 선거는 몰표로 나타나는 등 퍼주기 백태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선거법이 강화되면서 퍼주는 선거는 서서히 사라지고 팬덤정치가 판을 치고 가짜뉴스로 표를 얻으려는 무리들까지 나타난다.

진정으로 유권자를 사로잡으려면 지역의 숙원사업이나 개개인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전략을 짜는 것이 확실하게 이기는 길이 될 것이다.

승리를 쟁취한 후 김칫국을 마시는 것이 더욱 상쾌할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