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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나 명예는 있는데 사람다운 사람이 없다



태양이 열병을 토하니 푸르고 아름답던 산야가 이곳저곳이 흔적도 없이 잿더미로 녹아 버렸다. 천둥 번개에 강풍과 폭우로 산이 무너지고 강둑이 터져 삶의 터전과 생명마저 파묻히고 떠내려갔다. 이 얼마나 비통하고 허무한 현실인가? ·현직할 것 없이 관계 위정자들은 천재지변(天災地變)이라는 변명에 앞서 미래를 내다보는 빈약한 안목에 마구잡이 개발로 국토 관리에 보다 신중하지 못해 강산은 쑥대밭이 되고 국민이 절망에 갇혀 있게 되었음에 책임을 지고 통감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국토는 1960년대부터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새마을운동과 산림녹화에 치산치수(治山治水) 정책을 수립하여 정부와 국민 모두의 정성으로 반세기 동안 애지중지 가꾸어온 강산들이다.

그 터전 위에서 이만큼 풍요롭게 살고 있지만 그 주인공은 노을 진 황혼을 바라보며 초로(草露)의 길에 서 있는 일천만 노인들이다. 필자 또한 농촌자원지도자에 4-H 지도교사로 국토 가꾸기에 일조했던 사람으로서 애통(哀慟)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모름지기 정사(政事)를 논하는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인격적인 성품에 덕성을 갖추고 미래를 내다보는 확신에 찬 철학이 있는 자라야 한다. 한심하게도 국민 앞에 설치는 위정자들의 일상을 보면 법률적이나 도덕적으로도 용서되지 않는 자격 미달의 무리들이 무슨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위선하고 파쟁(派爭)만 일관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밥술이라도 먹고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것은 청춘을 바치고 늙어 버린 부모님들의 은덕인 것을 외면하고 희희낙락(喜喜樂樂)에 헐뜯고 싸움질로 국민을 갈라놓고 국가의 품위만 추락시키고 있지 않는가? 책임은 다하지 못한 주제에 걸핏하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하고 읊어대는 말은 인간 앵무새 소리로 듣기에도 짜증스럽다.

일찍이 공자는 나라를 다스릴 때 백성들에게 법률보다는 도덕과 예의를 우선시하였다.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은 위정자들의 행위가 법치를 조롱(操弄)하듯 하는 것마다 못된 짓은 다 하면서도 국민 앞에서는 위장술로 능청을 떨고 있지 않는가?

지난 73020,30대 청년 좌담회에서 남은 수명에 비례하여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발언한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도, 이 괴변에 동조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도 모두 모자라도 한참 어설픈 철부지이긴 마찬가지다.

계급독재(階級獨裁)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망언으로 국민의 인권을 무슨 주식배당(柱式配當)하는 소리로 차등(差等)시 했다. 한마디로 아래 위도 없고 미래도 없는 수준 이하의 막된 자들이다.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국가인가? 왕조시대인가? 로마제국의 집정관 시대인가?

자체가 질서인데 윤리 의식에 도덕적 개념이 없다면 약육강식(弱肉强食)하는 동물세계와 다를 바가 없고 존재의 의미도 없다. 천지만물을 창조한 조물주의 섭리(攝理)마저 역행하는 무모한 자가 무슨 개혁을 한답시고 인간고유(人間固有)의 권리를 입맛대로 떠벌리는가?

시전(詩傳)이나 대학(大學)에 보면 부모를 모시고 있거나 섬겨야 할 위치에 있는 자는 정중(鄭重)한 몸가짐에 언행을 함부로 할 수 없다.’(父母 在 不 遠遊 遊必有方)고 강조하였다.

()은 베풀지 않으면서 공명(功名)만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정치들에게 필자는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린 대통령 자리에 앉은 어머니란 제목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제20대 대통령이던 제임스 가필드는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짧은 생애 속에서 유독 일화(逸話)가 많은 선하고 의로운 인생사를 남겼다.

그는 클리블랜드 인근의 쿠야호가 카운티 흑인 마을 통나무집에서 매우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2년 만에 아버지가 사망하는 불행을 겪게 된다. 초등학교 때는 교과서를 살 수 없어 남의 책을 빌리고 어깨너머로 공부를 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세상에서 우리처럼 가난한 집이 없다. 어미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하구나그때 가필드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 친구 중에는 저보다 더 가난한 아이도 있는걸요. 전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래 부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열심을 다해 모범생이 되어 26세의 나이로 하이림 대학교 학장이 되었고 남북전쟁의 전투에 참가해 전공을 세워 소장으로 진급한 후 하원의원에 당선하고 인기 절정으로 드디어 제20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 취임식 날, 가필드는 자신의 늙으신 어머니를 직접 부축해 취임식에 모시고 나왔다. 대통령이 앉을 자신의 자리에 그의 어머니를 앉게 하고 자신은 옆에 서서 취임식 행사에 임하였다. 그는 취임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미국 대통령이 되도록 보살펴 주시고 이끌어 주신 제 어머니를 이 자리에 모시고 나왔습니다. 오늘의 이 영광은 오로지 저의 어머님이 받으셔야 합니다.” 하고 어머니를 번쩍 안아 소개를 하니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만장에 울려 퍼졌다.

가필드의 이 이야기는 은혜를 모르고 부모님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자녀들과 윤리와 도덕 의식이 결여된 기성인들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示唆)하고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너희들이 장차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뭐냐?” 고 했을 때 아이들이 앞다투어 대통령, 의사, 정치가, 용감한 장군이 되겠다고 야단들이었지만 선생님은 조용히 앉아 있는 가필드에게 다가가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 선생님! 저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겠습니다.”고 하였다.

오늘날 많은 위정자들은 국민을 볼모로 명예나 지위를 이용해 돈과 재산 증식에만 매몰(埋沒)되어 국민의 삶을 고달프게 하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처럼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정사(政事)를 논한다는 위선자들아!

무엇을 하든지 먼저 자신부터 개혁하고 사람다운 사람부터 되어라.

 

논설위원 정 용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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