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구의 역발상칼럼 제1463회 "성묘차량까지 맛집으로 몰려든 추석 풍경"
  • 추석 연휴 내내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들떴던 마음이 모두 가라앉고 말았다. 추석은 시골(농촌,어촌,산촌) 사는 노인들에겐 자식 만나는 대명절이다. 이번 추석은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여느 때보다 더 쓸쓸해 보였다. 1년에 두 번 다녀가는 성묘객마저 찾지 않으니 조상들도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농촌에 정착한 젊은이가 없어 때때옷 입고 재잘대는 어린아이들 모습은 옛날에만 있었고 집집마다 돌며 왁자지껄 즐기던 사물놀이도 없어진지 오래다.

    그나마 중년이 된 자식들이 와있어 집집마다 자가용 두 세대가 위안이 된다. 이들도 계속되는 비 때문에 집에만 들어앉아 있을 수 없어 작은 도시에 있는 맛집을 찾아 나선다. 조영남, 최주봉의 옛고향 삽다리엔 “삽다리 칼국수집”이 유명하다. 식당 주변이 온통 주차장으로 변했다. 더 이상 차를 세울 수 없어 되돌아가는 차도 많았다. 번호표 받아들고 기다리는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맛집은 문전성시를 이룰 뿐 산소엔 인기척마저 끊겼다. 마을 전체가 한적한 곳으로 변한다.

    추석과 설은 더 이상 흥청대는 명절이 아니다. 잠시 왔다 돌아가는 적막한 시골이 되고 만다. 젊어서 도시로 떠난 중늙은이들이 빨리 고향으로 돌아와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시골로 돌아오라 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다. 문화시설이 없고 학교도 대부분 폐교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방치하고 있다. 일자리 또한 사라지고 농토만 남아있어 그들이 돌아와 힘든 농사일을 시작할거란 꿈은 버려야 한다.

    이번 폭우에 붕괴된 하천마다 흙마대로 임시 복구한 상태 그대로다. 언제 원상복구가 시작될지 행정당국은 말이 없다. 주변 산소는 인적이 끊긴 채 적막하고 곳곳에「벌초대행, 산소이전, 화장대행」플래카드가걸려 있고 도로주변 소규모 점포 주변까지 정치지망생들의 플래카드가 빼곡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천 년 내려온 전통 산소마저 사라질 위기가 돌아올 것이다.

  • 글쓴날 : [25-10-13 16:15]
    • 시민신문 기자[city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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