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이 2023 예산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며, 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재의요구권은 지자체장이 지방의회의 의결에 이의가 있는 경우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하는 권리이다. 시 집행부가 재의를 요구할 경우, 시의회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전과 동일한 의결을 확정할 수 있다.
이 시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추경 편성을 상시화”하겠다고 밝혔다. 의회와의 예산안 협상 과정에 대해서는 “예결위 의결을 앞두고 민주당 측이 증액 요구한 주민자치회 운영지원비 등 18건 중 일부를 수용하는 대신, 민생에 직결되는 일부 사업을 반영하는 쪽으로 시의회와 논의를 시도”했지만, “민주당 측에서 전면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의회는 집행부의 업무추진비는 삭감하면서도 의회업무추진비는 편성”했다면서, “감정을 앞세워 상식에 벗어난 폭력적인 예산 심사”를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의회와 어떤 논의 시도를 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시장은 “예산안 관련 입장을 끊임없이 문건으로 전달 받았지만 설명은 하나도 없었다”며 “시장이 바뀌었는데, 민주당은 관행(이재준 전 시장의 사업)만을 고집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찬희 기획조정실장은 “20일에 민주당 일부 수용안과 시 업무집행비 및 주요 사업 예산편성을 요청하는 합의문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그 이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전혀 수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지역 정가는 “황당하다”라는 반응이다.
민주당 당대표 김미수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23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 입장을 제출한 게 작년 12월 28인데, 1달 반이 넘도록 답을 안하다 예결위 마지막 날에(18일)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며, 정상적인 논의 시도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집행부가 제출한 절충안에 대해서는 “합의할 시간이 없는 마지막날 받았다”며 준예산으로 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집행부 업무추진비 삭감에 관해선 “민주당 증액안에 대한 답변안을 집행부가 계속 가져오지 않았다며, 그럼 할 수 있는게 (압박 수단으로서)삭감 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국민의힘)은 “기획조정실장과 2부시장에게, 민주당 요구안을 차후 추경안에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소통을 해보라”라고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이 시장이 민주당의 17개 항목 중 5개 항목만 수용해,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 시장의 ‘추경 상시화’에 대해선 “예산은 시장이 (혼자) 다 하는 게 아니고, 심사는 의회 권한”이라며 “행정시장이 의회를 간섭하겠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예산안 처리가 지난한 이유로 많은 의원은 이 시장의 ‘불통’을 꼽는다. 질타의 목소리는 여•야, 집행부 안•밖을 가리지 않고 지속돼왔다.
본지는 이동환 시장이 지난 17일 자신의 지지자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문자를 입수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고양선 연장 예산을 삭감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다. 하지만 정작 ‘제 5차 국가철도망 용역’은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당시 민주당 측에선 “(이동환 시장이)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일단 민주당 탓으로 돌린다”며 “의회하고는 소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외부로 언론 플레이만 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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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이동환 시장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문자 내용 |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제껏 추경예산을 하더라도 시청 직원들이 의안 설명을 하기 위해 담당 의원을 한 달 전부터 찾아왔지만, 이번엔 한 번도 예산을 설명한 적 없없다”며 “중요한 예산이 있으면 (시장이) 의원하고 합의를 하고 소통을 해야 하는데, 전화 한 통 없었다”고 꼬집었다. 비판의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이어졌다. 모 여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토로하는 집행부의 ‘불통’에 동감한다“며 “집행부서가 의원들에게 요지를 설득하는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청 내부에서도 이 시장의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과 담당 부서의 행보가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엇박자 행정’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당장 시장과 부시장의 입장부터 엇갈린다. 안중돈 시의원(국민의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정형 부시장은 신청사 TF 회의에서 백석동 이전 논의가 없었다고 했지만, 실제 TF 회의록에는 언급되고 있다”며 “이 시장과 이 부시장의 행보가 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본지가 ‘신청사 추진 TF 자문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하여 검토한 결과, 작년 7월 18일 제1회 회의와 11월 4일 제9회 회의에서 ‘요진 Y-CITY 업무시설 입주’가 논의된 것으로 파악했다. 백석을 논의했다는 시장과 않았다는 부시장의 입장이 상충하는 것이다.
또한 양현종 전 신청사건립단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요진 타워 입주 계획 관련 질문에 “현재까지는 알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과 15일 뒤에 이 시장은 요진타워 입주 계획을 ‘깜짝’ 발표한다. 수천억 사업 실무담당자가 시장 발표 2주전까지 백석 이전 계획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이어 지난 5일 새로 신청사건립단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전찬주는, 백석 이전 관련 행정 절차 계획이 아직 세워진 바 없다며, 이 시장의 발표를 ‘법률적 행위’가 아닌 ‘의사표현’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시장의 일방적 ‘선언’에 담당 부서가 뒤따라가는 꼴”이라며, “사전에 부서와 하나도 의논하지 않고 시장 한 마디면 행정을 다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시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의회와의 갈등에 시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찬영 기자